<I never read Wittgenstein (나는 비트겐슈타인을 읽지 않는다)>, 1998, 백남준
제목의 ‘비트겐슈타인’은 서양 철학의 정신이자 대표적인 인물로, 그는 말할 수 있는 영역은 모두가 참, 거짓을 나눌 수 있는 명제라고 정의했습니다. 예외적으로 윤리학과 미학은 이를 정의할 수 없다고 했으며, 그런 그의 철학을 마치 조롱하듯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또한 동양인들을 대표하여 서양 철학의 정신을 조롱했다는 점에서, 서양 철학에 무조건 맞추지 않고 그의 예술을 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화면 조정 시간에 방송되는 줄무늬 패턴의 네 모서리에는 TV가 설치되었으며, TV 속에는 스토리나 논리적인 구조가 전혀 없는, 즉 비트겐슈타인이 정의할 수 없는 파편적인 이미지들이 정신없이 나열됩니다. 화면 조정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데에는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에서 벗어나, 우리의 사고도 조정이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