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칠 원반
음식은 얹어 나르거나 방에 놓고 식탁으로 사용하는 상床의 종류를 소반小盤이라고 합니다. 전통 가옥에서는 부엌과 식사를 하는 방의 거리가 멀었고, 그릇은 놋그릇이나 사기그릇을 사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소반은 나르기 쉬우면서도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가볍고 튼튼한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한 사람에 하나의 상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용도나 천판(天板:가구에서 가장 위의 면을 막아주며 마감하는 판), 다리 모양, 용도 지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소반이 전해집니다.
천판의 형태가 원형이며 비교적 넓은 천판을 가진 원반입니다. 생칠에 산화철을 더해 검은색을 내는 도장 방식인 흑칠을 하여 제작되었습니다. 흑칠 또한 붉은색을 내는 주칠과 같이, 궁중이나 양반가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양반가에서 사용된 원반으로 보입니다. 본 흑칠 원반은 천판에 아주 간결한 원형의 선각이 있으며, 운각과 네 개의 다리에 초화문을 상당히 화려하게 투각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리에는 각각의 두 다리를 잇는 족대가 있습니다. 색감을 통해 묵직한 느낌을 주면서도 섬세한 투각 장식을 가진 원반입니다.